충북 제천시가 매년 여름의 끝자락에 품는 특별한 시간이 있습니다. 음악과 영화라는 두 감각이 도시 전체를 무대로 삼아 공명하는 순간이죠. 올해로 스물한 번째를 맞은 제천 국제음악영화제는 단순히 스크린 앞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야외 공연장의 울림, 오래된 건물에 스민 사운드트랙의 향기, 그리고 낯선 거리를 오가며 마주친 축제의 온기까지. 지난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축제의 구석구석을 정리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나 내년을 계획하는 분들께 실제 동선과 꿀팁이 담긴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축제 개요와 올해 달라진 점
행사는 9월 4일 목요일부터 9일 화요일까지 6일간 펼쳐졌습니다. 개막식은 제천비행장에서 열려 축제의 스케일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었고, 36개국 134편에 달하는 음악영화가 제천 시내 곳곳에서 상영됐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아 이준혁 배우와 장도연의 사회로 레드카펫이 진행됐고, 개막작은 프랑스 영화 <더 뮤지션(Les Musiciens)>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반가운 변화는 원 썸머 나잇 공연에 돔 형태의 실내 구조물이 도입된 점입니다. 날씨 영향을 줄이고 몰입감을 한층 높이려는 시도가 돋보였죠.
| 항목 | 내용 |
|---|---|
| 기간 | 9월 4일 (목) ~ 9월 9일 (화) 6일간 |
| 장소 | 제천비행장, 의림지, 엽연초살롱, 제천문화회관 등 |
| 상영작 | 36개국 134편 |
| 영화음악상 수상자 | 에릭 세라 (레옹, 그랑블루 등) |
| 원썸머나잇 라인업 | 10CM, 엔플라잉, 다이나믹 듀오, 비투비, 정승환, 존박, FIFTY FIFTY 등 |
축제 기간 내내 도시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는 J라인과 M라인으로 나뉘어 운행됐습니다. 제천역, 엽연초살롱, JIMFF 시네마, 제천문화회관, 비행장, 의림지솔밭공원을 잇는 노선 덕분에 초행길임에도 큰 불편 없이 움직일 수 있었어요. 날짜별로 시간표가 조금씩 달라서 공식 안내 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꼭 필요했습니다.
원 썸머 나잇 공연의 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제천비행장에서 열린 원 썸머 나잇이었습니다. 9월 5일 금요일과 6일 토요일 양일간 진행된 이 공연은 저녁 7시부터 세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자랑했습니다. 금요일에는 10CM, 엔플라잉, 바밍타이거, 데이브레이크, 글렌체크가 무대를 채웠고, 토요일에는 다이나믹 듀오, FIFTY FIFTY, 비투비, 정승환, 존박, SAY MY NAME이 출연했어요. 장르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 관객 연령층도 다양했고, 각자 기다리던 아티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의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티켓 가격은 스탠딩 60,000원, 퍼스트 클래스 45,000원, 이코노미 플러스 25,000원으로 좌석과 스탠딩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자리 좌석을 예약했는데, 소리와 무대 전체를 안정적으로 즐기기에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넓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라이브 사운드는 실내 공연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습니다. 정승환의 섬세한 발라드가 야외의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갈 때의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마이크가 관중석을 향하자 수천 명의 떼창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장면은 축제의 집단적 에너지를 실감하게 했죠.
걸그룹 SAY MY NAME의 무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칼군무의 에너지가 워낙 생생해 관객석이 들썩였고, 돔 구조 덕분에 조명과 음향이 더 집중되어 무대의 디테일이 훨씬 잘 살아났습니다. 다만 중간 정도 좌석에서 느껴지는 음향 반사음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공연장이라는 특성상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야외 페스티벌 특유의 개방감과 밤하늘 아래서 듣는 라이브의 쾌감은 이런 작은 불편쯤은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았습니다.
에릭 세라 콘서트와 거장의 마스터클래스
올해 제천영화음악상은 프랑스의 거장 에릭 세라에게 돌아갔습니다. 뤼크 베송 감독과 4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 온 그는 <레옹>, <그랑블루>, <제5원소> 등 수많은 명작의 사운드트랙을 탄생시킨 인물입니다. 이번 방문은 그의 첫 내한 공연이자 마스터클래스라는 점에서 영화음악 팬들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콘서트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대표곡들을 직접 지휘하고 연주했으며, 관객들의 환호에 앙코르 곡까지 선보였습니다. 먼발치에서도 그의 건반 터치 하나하나에 담긴 섬세한 감정선이 그대로 전해졌고, 현장의 공기는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이어진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창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영화음악은 대사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소리로 전달하는 작업”이라는 철학을 들려주었고, 오래도록 음악을 사랑해 온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엽연초살롱에서 즐긴 체험과 전시
제천 시내에 위치한 엽연초살롱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소입니다. 오래된 건물을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곳에서는 OST 페어,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됐습니다. 아날로그 LP와 한정판 사운드트랙 CD, 영화 포스터를 비롯한 각종 굿즈가 진열되어 있어 영화와 음악을 수집하는 취미를 지닌 분들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할 만했습니다.
가장 이색적이었던 체험은 AI 향수 만들기였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그에 어울리는 OST를 선택하면, 인공지능이 감성을 분석해 맞춤 향 조합을 추천해 주고 그 레시피에 따라 직접 향수를 블렌딩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선택한 영화의 선율을 코로 불러들여 하나의 향기로 완성했을 때,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이라는 또 다른 감각으로 영화의 기억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완성된 향을 맡을 때마다 그 장면과 멜로디가 다시 떠오르는 경험은 오래 간직할 소중한 기념이 되었습니다.
바깥에 마련된 잔디 쉼터와 플리마켓도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공연과 상영관을 오가는 동선 사이에 잠시 들러 쉬기에 좋았고, 지역 셀러들이 직접 만든 소품이나 디저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영화와 음악을 매개로 관객과 지역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은 제천 국제음악영화제가 오랜 시간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상영작과 관객과의 대화
올해 상영작 중에는 OTT에서 이미 접할 수 있는 작품부터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해외 신작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익숙한 작품이었던 <대도시의 사랑법>을 다시 스크린으로 만났고, 전혀 정보 없이 선택한 단편 <반점>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감독과 배우의 생생한 제작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습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일부 상영관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개조해 활용하다 보니 습기로 인한 눅눅한 냄새나 곰팡이 문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두 번째 상영작에서는 필름에 줄이 간 상태가 지속되어 몰입을 방해했고, 관객과의 대화 중 마이크 음향이 불안정한 기술적 결함도 있었습니다. 스물한 회차를 맞은 성숙한 축제라면 이제는 상영 환경의 기본 품질을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피드백이 쌓여 내년에는 더 쾌적한 관람 경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의림지와 야외 공간의 낭만
축제 기간 동안 제천의 자연 풍광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특히 의림지 주변은 야외 상영과 소규모 공연이 어우러져 한여름 밤의 낭만을 극대화했습니다. 저녁 무렵 호수 위로 스며드는 노을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화음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습니다. 캠핑 구역을 따로 운영하여 텐트를 치고 3박 4일 동안 축제를 온전히 즐기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축제 공식 정보와 프로그램 일정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식 웹사이트에서 상세히 안내되고 있으니, 내년 방문을 계획 중이라면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천비행장 공연장 주변에는 다양한 이벤트 부스와 팝업 스토어가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헬리녹스와 아웃도어 박스 같은 캠핑 용품 브랜드부터 지역 맥주와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간까지 알차게 꾸며져 있었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부스 운영진들의 고생이 눈에 보였지만, 그만큼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실내 전시 공간의 가치가 더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음악영화제가 남긴 감각의 파편들
며칠 동안 제천 곳곳을 오가며 느낀 것은 영화와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도시 공간과 만나 증폭되는 힘이었습니다. 비행장의 거대한 무대에서는 대중음악의 스펙터클을, 오래된 살롱에서는 향기로 기억하는 영화의 결을, 호숫가에서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평온한 사운드트랙을 경험했습니다. 각각의 장소가 가진 고유한 질감 위에 축제의 콘텐츠가 얹히면서,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상영관의 환경 개선이나 날씨 변수에 대한 대비 같은 과제들은 앞으로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여름날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토록 선명한 사운드와 영상으로 장식할 수 있는 축제는 흔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내년 이맘때도 어김없이 제천을 찾게 될 이유가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 썸머 나잇 공연 티켓은 어떻게 예약하나요
축제 개최 약 한 달 전쯤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티켓 오픈 일정이 공지됩니다. 인터파크 티켓 등 지정된 예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사전에 회원가입과 결제 수단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원하는 날짜의 티켓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초행길인데 축제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까요
제천역에 도착하면 축제 기간 동안 운행되는 셔틀버스 J라인과 M라인을 우선 확인합니다. 상영관과 공연장, 체험 공간을 잇는 노선이므로 버스 시간표에 맞춰 일정을 구성하면 효율적입니다. 낮 시간에는 엽연초살롱에서 전시와 체험을 즐기고 오후에는 상영작을 관람하며, 저녁에는 원 썸머 나잇이나 의림지 야외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이 가장 무난합니다. 시내 곳곳에 안내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궁금한 점은 현장에서 바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숙소는 어디에 잡는 것이 편리한가요
제천역 인근이나 시내 중심에 숙소를 잡으면 셔틀버스 정류장 접근이 용이합니다. 캠핑을 즐기는 분들은 의림지 솔밭공원에 마련된 지정 캠핑 구역을 신청할 수 있는데, 텐트를 가져오지 않아도 일부 브랜드와 협업한 글램핑 패키지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숙소는 축제 일정이 확정된 직후 빠르게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주말에는 시내 호텔과 펜션이 일찍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두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