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한국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이탈리아 총리로서는 무려 19년 만의 양자 방문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유럽 정상 방한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는 1990년대 후반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한국의 낮은 국제적 위상을 뼈저리게 느꼈던 사람으로서, 이번 방한 소식을 접하며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과거 IMF 시절 원화 가치가 폭락해 환율이 이탈리아 리라와 1대1 수준이 되었고,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로마를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목차
19년 만의 정상 방문 성사 배경
멜로니 총리의 방한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방문이 주목적이었으나, 극동까지 온 김에 한국을 들러 실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2022년 총선에서 승리한 멜로니 총리는 서방 언론으로부터 무솔리니에 비유될 만큼 강한 우파 성향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젊은 시절 무솔리니를 ‘국가를 위한 좋은 정치인’이라고 발언했던 그녀는 현재는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적 뿌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그녀가 왜 한국을 찾았을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G7 국가 중 경제 규모와 국력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이탈리아로서는 한국이나 호주 같은 신흥 강국이 G10이나 G7+ 체제에 합류할 경우 기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제 외교는 힘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과거 한국을 무시하고 냉대했던 이탈리아가 뒤늦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의 위상 변화
1990년대 후반 로마에서 유학하던 시절, 현지인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너는 남쪽이냐 북쪽이냐’, 그리고 ‘차붐(차범근)을 아느냐’였습니다. 축구 외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고,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일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K-콘텐츠, K-방산, 반도체 기술 등 한국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멜로니 총리의 방한은 그 결과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단순한 우방 관계를 넘어 ‘미래 공유 전략적 동반자’로 도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의 핵심 내용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공식 격상한 것입니다. 2004년 이후 약 20년 만에 이루어진 도약입니다. 회담은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되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는 공동 액션 플랜에 합의했습니다. 주요 협력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분야 | 협력 내용 | 기대 효과 |
|---|---|---|
| 반도체 · 첨단기술 | 이탈리아 기초과학과 한국 반도체 기술 결합 MOU 체결 |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확보 |
| 우주 · AI | 한국 우주항공청(KASA)과 이탈리아 우주청 협력 | 공동 탐사 및 기술 교류 가속화 |
| 공급망 안정화 | 핵심 광물 안정적 공급망 구축 협력 | 경제 안보 강화 |
| 방산 | 차세대 전투기 및 헬기 공동 연구 | K-방산 유럽 시장 진출 |
밀라노 올림픽과 문화 교류 확대
멜로니 총리는 다음 달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국 선수촌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깜짝 약속을 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그녀는 스포츠를 통한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2024-2025년을 ‘한-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한 데 이어, 패션과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와 K-콘텐츠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머지않은 시기에 로마를 방문할 것을 약속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로 보는 한국의 성장
한국과 이탈리아의 외교 관계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1884년 6월 26일 조선시대에 ‘조이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며 정식 수교했으며, 2024년에 140주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당시 현지 TV 매체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유학생이던 저는 속앓이를 했습니다. 그때는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에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이탈리아 총리가 직접 방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합니다. 국제 사회에서 힘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의 국격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방증입니다.
G7과 G10 체제에서 이탈리아의 고민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 경제 규모와 영향력에서 하위권입니다. 만약 한국이나 호주가 G7+ 체제에 합류하면 기존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이러한 정치적 불식과 동시에 한국의 높아진 국격을 의식해 방한을 결정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9년 넘게 집권했지만,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멜로니 총리가 19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개인적 소회
이번 방한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국의 국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1990년대 로마에서 유학하며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작은 것일까’라고 자괴감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한국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K-팝, K-드라마, 반도체, 방산 등 한국의 영향력은 문화와 경제 전반에 걸쳐 확장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길 바라며, 모든 정치인들이 국격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오늘도 모카포트에서 맛있게 끓어오르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며, 이 기쁜 소식을 마음에 새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