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현습지 생태 보전 공사 논란

대구 팔현습지는 금호강 중류에 위치한 띠 형태의 하천형 습지로, 수성구 가천잠수교에서 동구 화랑교까지 약 5km, 면적 220만㎡에 달한다. 이곳은 100년 이상 된 왕버들숲과 하식애 절벽이 어우러져 수리부엉이, 삵, 수달 등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축이다.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추진하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보도교 설치 공사가 계획되면서 개발과 보전 사이에 팽팽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30일에는 38개 시민단체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철회를 촉구했으며, 대구시는 환경계획에서 팔현습지를 ‘생태우수습지’로 지정했음에도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과 현황

구분내용
위치대구 동구 효목동 ~ 수성구 매호동 (금호강 중류)
면적220만㎡ (약 66만 평)
생태적 가치왕버들숲, 하식애, 법정보호종 20종 이상 서식
갈등 사업보도교 설치 (길이 886m, 사업비 304억 원)
사업 발주처낙동강유역환경청
시민단체 요구공사 철회 및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대구시 입장내부 방침 없음, 침묵 유지

팔현습지의 생태적 중요성

팔현습지는 단순한 하천변이 아니다. 100년 이상 자란 왕버들숲이 절벽인 하식애 아래 드리워져 있고, 여울과 소가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은 철새와 텃새의 안식처다. 겨울철에는 청둥오리, 쇠오리, 큰기러기 등 오리과 조류가 수천 마리 찾아들고, 여름에는 왜가리, 중대백로, 민물가마우지가 먹이를 사냥한다. 특히 법정 보호종인 수리부엉이, 삵, 수달,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황조롱이, 남생이 등이 확인된 지역으로, 대구시가 2023년 발표한 ‘습지보전실천계획’에서 최종 대상습지 16곳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로 생태적 우수성이 인정됐다. 사진작가 박정일은 이곳에서 2년 넘게 기록 작업을 해오며 수리부엉이 둥지(2024년 5월 이후 이동 추정)와 고라니, 바위에 앉은 가마우지, 공사용 붉은 드럼통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개발의 유보를 넘어 온전한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확정되기를 바라는 시각적 선언”이라고 전시 ‘팔현습지’의 의미를 밝혔다.

보도교 공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기존 산책로 단절 구간을 연결하기 위해 보도교를 설치하고 제방을 쌓는 계획을 세웠다. 전체 길이 5.5km 중 보도교 886m, 고모보축(제방) 3.9km, 산책로 연결도로 1.5km를 포함한다. 환경청 측은 습지로부터 300m 이상 이격해 직접적인 훼손을 피했고, 3년간 공사를 미루며 환경단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습지 2등급, 보전 2등급, 지형경관 1등급에 법정보호종 20종이 서식하는 곳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박는 것은 생태계 단절과 서식지 파괴를 초래한다”고 반발한다. 박정일 작가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No 23’ 빨간 깃발과 드럼통은 COP23 기후협약 경고처럼 보이며, 공사로 인한 소음과 인위적 교란이 조류 번식과 야생동물 이동에 치명적임을 암시한다.

대구 팔현습지에서 관찰된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무리, 배경은 왕버들숲과 하식애 절벽
대구 팔현습지에서 관찰된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무리, 배경은 왕버들숲과 하식애 절벽

시민단체의 반발과 대구시의 침묵

2025년 10월 30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38개 단체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구시 환경계획(2021~2030)에 팔현습지는 ‘보호·관리 필요 지역’으로 명시돼 있고, 습지보전실천계획에서도 생태우수습지로 평가했으면서 왜 침묵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재식 공동대표는 “한 번 파괴된 환경은 되살리기 어렵다. 더 이상 자연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환경부의 사업 취소와 대구시의 생태 보전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장 권두성은 “팔현습지는 공식 습지보호구역이 아니다. 생물다양성 가치는 높지만 내부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구체적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대구시가 환경계획과 배치되는 행보를 하면서 책임 회피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청의 해명과 한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국가습지가 아니므로 치수와 이수를 위한 하천 정비가 가능하다”면서 “습지로부터 300m 떨어진 곳에 보도교를 설치하고, 출입 차단 시설과 생태 복원 계획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3년간 환경단체와 논의를 이어왔으며 최종 설계안이 완료돼 협의만 되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환경청이 오염된 환경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팔현습지 탐조 체험 후기를 보면 안개 속에서도 백로,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큰기러기 등 수백 마리가 관찰될 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2024년 11월 한 탐조객은 단 하루 만에 26종의 조류를 기록했고, 수리부엉이가 나무 위에서 잠든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생태 보전을 위한 노력과 앞으로 방향

사진작가 박정일은 이번 전시를 통해 “팔현습지가 인위적 소멸이 아닌 자연적인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단단한 방파제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겨울 눈 위에 맨손으로 새긴 ‘팔현습지를 지켜달라’는 문구와 새벽에 마주한 고라니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구시는 환경부에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시민단체가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사항으로, 만약 지정되면 공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환경청은 국가습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사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여론 수렴 결과에 따라 향후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서명 운동, 그리고 SNS 캠페인을 통해 팔현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팔현습지가 단순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의지해 숨 쉬는 터전이라는 사실이다. 지난여름 기생초가 만개한 강변 길을 걸으며 노란 꽃 물결을 감상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평화로웠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과 보전 사이의 날카로운 긴장이 숨어 있다. 만약 보도교가 들어선다면 왕버들숲 아래 둥지를 튼 새들은 서식지를 잃을 것이고, 물길과 육지를 연결하는 생태축이 끊길 것이다.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고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면 팔현습지는 대구의 대표적인 생태 교육 장소이자 휴식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

나는 작년 가을 직접 팔현습지를 찾아 카메라에 담은 기억이 있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실루엣만 보이던 오리 떼가 해가 떠오르자 선명하게 드러났고, 민물가마우지가 물속에서 잰 듯이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에 감탄했다. 폭 300m 떨어진 곳에 공사 자재와 붉은 깃발이 꽂혀 있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날 만난 수리부엉이가 까치 소리에 잠에서 깨 날개를 펴는 순간, ‘이곳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개발의 논리가 자연을 삼키기 전에 우리의 관심과 목소리가 더 필요한 때다.

함께 지키는 팔현습지 비전

팔현습지는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보도교 공사는 30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지만, 생태계 훼손 우려가 명확하다. 대구시는 환경계획에서 스스로 ‘보호·관리 필요’라고 규정했으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과 공사 철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단절된 산책로 연결보다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는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선택임을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잘 안다. 앞으로 팔현습지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현재로 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사진작가 박정일이 전시에서 강조했듯, “생명은 습지 안에서 외부의 간섭 없이 자연적인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어야 한다.” 이 말이 동화로 끝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팔현습지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팔현습지는 어디에 있나요?
    대구 동구 효목동과 수성구 매호동 사이 금호강 중류에 위치하며, 가천잠수교에서 화랑교까지 약 5km 구간입니다.
  • 보도교 공사가 왜 문제가 되나요?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가 법정 보호종 20종 이상의 서식지를 단절하고 왕버들숲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서입니다.
  • 대구시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요?
    대구시는 “팔현습지가 공식 습지보호구역이 아니며 내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침묵하고 있습니다.
  •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떻게 되나요?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는 국가습지보호구역이 되면 개발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보도교 공사가 어려워집니다.
  •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팔현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주변에 알리고, 환경단체의 서명 운동과 공청회 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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