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즌, 기아 타이거즈의 불펜투수 이형범의 성적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광판에 150km가 찍힐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지만, 그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침묵이 흘렀죠. 데뷔 후 가장 빠른 구속을 던졌지만, 동시에 커리어 최악의 평균자책점 11.70을 기록하며 방출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구속의 배신’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기아는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줬고, 2026년 시즌을 앞두고 이형범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부활할 수 있을까요?
목차
2025년, 악몽 같은 기록
| 항목 | 수치 |
|---|---|
| 등판 경기 | 12경기 |
| 이닝 | 10이닝 |
| 평균자책점(ERA) | 11.70 |
| 피안타 | 21개 |
| 볼넷 | 5개 |
| 탈삼진 | 6개 |
| 최고 구속 | 150km |
| 이닝당 피안타 | 2.1개 |
이 표에서 보듯, 150km의 빠른 공을 던졌지만 피안타율이 치명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닝당 2개가 넘는 안타를 맞으며, 볼넷보다 피안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제구와 무브먼트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해요. 타자들이 이형범의 공을 쉽게 공략했다는 방증이죠. 특히 장타 허용률이 높아 홈런 4개를 맞았고, 피OPS도 1.100을 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방출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어요.
그런데도 기아 타이거즈는 2025시즌 종료 후 방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구단의 선택에는 2군에서의 구속 상승과 그의 베테랑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이형범은 2025시즌 2군에서 17경기 24.1이닝 ERA 4.07로 나름 선방했고, 최고 구속 150km를 찍으면서 ‘잠재력’을 증명했죠. 문제는 그 구속이 1군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구속은 로망이지만 제구가 없는 150km는 타자에게 ‘치기 좋은 직구’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즌이었습니다.
화려했던 과거, 두산의 핵심 불펜
이형범의 커리어 하이는 2019년, 두산 베어스 시절이었어요. 양의지의 FA 보상 선수로 NC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67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10홀드 19세이브, ERA 2.66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그는 추격조로 시작해 필승조, 나아가 마무리 자리까지 꿰차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어요. ‘땅볼 제조기’라는 별명처럼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과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죠. 특히 평균 구속 140km 초반대의 투심은 지저분한 무브먼트로 타자의 배트 중심을 비껴가게 만들었고, 커터에 가까운 슬라이더(평균 136km)를 결정구로 활용하며 안정적인 제구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이 시작됐어요. 2020년 ERA 7.71, 2021년 4경기 출장에 그쳤고, 2022년 잠시 반등(ERA 4.35)했지만 2023년 다시 ERA 6.51로 부진했습니다. 2024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고향 팀 기아에 합류했지만 첫 시즌 ERA 7.80(16경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25년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겁니다. 2019년의 영광이 무색할 정도로 긴 부진의 터널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럼 왜 기아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을까요? 한 가지 이유는 2025시즌 2군에서 구속이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의 ‘노련함’이에요. 이형범은 15년 차 베테랑으로 위기 관리 능력과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어린 불펜 투수들의 멘토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아 불펜이 강해지려면 경험 있는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겠죠.

2026년, 시범경기와 최근 경기력
2026년 시범경기에서 이형범은 2경기 1.1이닝 무실점, 피안타 없이 2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표본이 극히 적지만, 적어도 공의 움직임과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요.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가 안타를 하나도 안 맞았다는 것은 제구가 원하는 코스에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하지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완전히 다른 법. 그리고 불행히도 2026시즌 초반, 이형범은 냉정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팀이 5-17로 대패한 가운데, 이형범은 1.2이닝 동안 6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어요. 이날 기아 투수진은 총 5명이 등판해 모두 실점했는데, 이형범은 4번째 투수로 나와 난타당했습니다. 삼성 타선에 완전히 공략당한 모습이었죠.
이 경기는 이형범의 현재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구속은 여전히 150km에 육박했지만, 몸쪽 승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변화구 제구도 흔들리며 가운데로 몰린 공이 장타로 이어졌어요. 특히 삼성의 중심 타선에게 결정타를 맞으면서 베테랑의 경험이 무색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날 패배로 기아는 시즌 초반 2승 5패로 주춤하고 있고, 이형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부활을 위한 조건, 제구 회복이 필수
이형범이 다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구속이 아니라 ‘제구’를 되찾아야 합니다. 2019년 그가 성공했던 이유는 평균 구속 140km의 공으로 타자를 압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코너워크와 변화구 각도로 타이밍을 빼앗았기 때문이에요. 당시 그의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3km, 슬라이더는 136.1km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라이벌 구단들은 그 공을 맞추기 힘들어 했습니다.
현재 이형범은 150km의 구속을 얻었지만, 그 공의 움직임과 제구가 희생되었습니다. 투심의 지저분한 무브먼트가 사라지고 단순한 빠른 공이 되어버렸어요. 이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 접어들며 체력과 회복 능력이 떨어지면서 메커니즘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속을 올리기 위해 팔스윙이나 체중 이동 패턴을 바꾸다가 본래의 장점을 잃어버린 거죠.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첫째, 투심의 무브먼트를 되찾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전처럼 공이 좌우로 휘어지며 타자의 배트를 비켜가게 만드는 게 급선무입니다. 둘째, 슬라이더의 각도를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2019년 그의 슬라이더는 커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우타자 바깥쪽을 찌르는 데 효과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무기가 약해졌습니다. 셋째, 심리적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회복해야 합니다. 최근 경기에서 1이닝 동안 실점이 폭발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점이 매우 아쉬워요.
기아 코칭스태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형범이 2군에서 보여준 150km 이후 1군에서 제구가 무너진 이유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시즌은 아직 초반이고, 불펜 자원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베테랑의 경험은 팀에 큰 힘이 됩니다. 만약 이형범이 자신만의 색깔을 되찾는다면, 여전히 기아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충분해요.
마지막 동아줄, 2026시즌 전망
이형범에게 2026년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습니다. 올해도 부진이 지속된다면 방출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반전의 가능성도 있어요. 2025시즌 최악의 성적에도 구단이 기회를 준 것은 2군에서의 긍정적 신호와 베테랑 자원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무실점 피칭은 그 신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모습이었죠.
현재 기아 불펜은 정해영, 전상현 등 젊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경험 많은 왼손/오른손 불펜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형범이 안정적인 제구를 되찾는다면 롱릴리프나 위기 상황에서의 임시 마무리 역할을 맡을 수 있어요. 2019년 그가 보여준 ‘땅볼 유도’ 능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땅볼을 유도하면 병살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닝을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거든요.
다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6월 중순 현재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투수진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요. 이형범이 자신의 몫을 해내지 못하면 다른 선수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형범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꽃을 태울 수 있다고 봅니다. 15년 차 베테랑이 벼랑 끝에서 느끼는 절박함이 때로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거든요. 과거 두산 시절 보여줬던 ‘땅볼 제조기’의 모습을 2026년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형범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제구의 회복’뿐이라는 점입니다. 150km의 구속은 숫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타자의 배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의 끝, 무브먼트와 제구입니다. 이제는 그 진리를 몸으로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2026시즌이 끝날 때, 그가 기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