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사순절이 시작된 지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다. 2월 18일부터 시작된 이 기간 동안 교회에서 나눠준 묵상집을 통해 매일 아침 말씀에 깊이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순절은 단순히 금식을 하거나 특별한 예식을 치르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오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을 마음에 새기며 내 삶의 자리를 점검하는 특별한 기간이다. 묵상을 통해 깨달은 것은, 사순절의 핵심은 ‘돌아옴’과 함께 반드시 따라야 할 ‘움직임’에 있다는 점이다.
목차
사순절 묵상, 이렇게 해보세요
사순절 묵상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평안한 시간을 정해놓고, 주어진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이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묵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핵심이 되는 한 절만이라도 깊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 묵상 단계 | 구체적인 실천 방법 |
|---|---|
| 준비 | 고요한 장소와 시간을 마련한다. 성경과 묵상 자료를 준비한다. |
| 읽기 | 말씀을 소리 내어 천천히 여러 번 읽는다. |
| 묵상 | 말씀의 핵심은 무엇인지, 내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생각한다. |
| 기도 | 묵상 중 떠오른 생각과 결심을 가지고 하나님께 이야기한다. |
| 실천 | 하루 동안 묵상한 내용을 하나라도 실천해보기로 다짐한다. |
묵상은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때로는 큰 감동을, 때로는 조용한 위로를 받기도 하며, 삶을 바꾸는 결단을 내리게 하기도 한다. 묵상 중 받은 은혜나 중보 기도 제목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은 믿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묵상을 통해 깨달은 삶의 변화
말씀이 육신이 된 사랑
요한복음 1장을 묵상하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은 것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는 사실이었다. 예수님은 단지 교리가 아니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살아있는 분으로 우리 삶 한가운데 들어오셨다. 그의 사랑은 실패하지 않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우리의 사랑은 쉽게 계산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지만, 예수님의 사랑은 죄인인 우리를 그대로 품으시고 모든 것을 내어주신 십자가의 사랑이다. 이 사랑 안에 머물 때,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그분의 사랑으로 변해간다. 날마다 그 사랑에 머물며, 내 안에서부터 밖으로 흘러넘치도록 하는 것이 사순절 묵상의 첫 번째 열매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가 아닌, 메마르고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광야에서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일에 집중했다. 이 말씀은 나에게 묵상을 위한 ‘광야’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일상의 소음과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진정한 내 모습과 하나님의 부르심을 잊기 쉽다. 광야 같은 조용한 묵상 시간은 내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자리에서 비로소 주님을 가리는 것들을 치우고, 주님이 오실 길을 곧게 하는 ‘소리’가 되어 세상에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
믿음은 자리를 옮기는 것
창세기 12장의 아브라함 이야기는 사순절 묵상의 또 다른 깊은 의미를 보여준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익숙한 고향과 안전한 삶의 구조를 떠나 보이지 않는 약속의 땅으로 이동하라고 명하셨다. 믿음은 마음으로만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실제로 발걸음을 내딛는 ‘자리 이동’이다. 아브람이 떠난 ‘하란’은 우리의 익숙한 습관, 두려움, 내세울 것들에 비유될 수 있다. 사순절은 그런 ‘하란’을 과감히 뒤로하고, 하나님의 약속만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딛는 결단의 시간이다. 그것이 비록 작은 한 걸음이라도, 그 움직임 자체가 믿음의 증거가 된다.
말씀이 씨앗처럼 자라나는 하나님 나라
마가복음 4장의 비유들은 묵상한 말씀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역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씨 뿌리는 비유로 설명하셨다. 같은 말씀이라는 씨앗이 뿌려지지만,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말씀을 깊이 새기지 못하는 마음은 길가와 같고, 감동은 깊지만 삶의 뿌리가 얕은 마음은 돌밭과 같다. 세상 걱정과 유혹에 말씀이 가려지는 마음은 가시떨기와 같다.
묵상은 이 ‘좋은 땅’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말씀을 듣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마음 밭을 깊이 가꾸는 일이다. 또 다른 비유에서 예수님은 등불을 말 아래나 침상 아래가 아닌 등경 위에 둔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감추어져 있다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우리가 묵상을 통해 받은 은혜와 깨달음은 우리 삶 속에서 등불처럼 빛을 발해야 한다. 그것을 숨겨두어서는 안 된다.
가장 위로가 되는 비유는 자라나는 씨와 겨자씨의 비유다. 농부가 씨를 뿌린 후 자고 깨는 사이에 씨앗은 저절로 자란다. 가장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듯이,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우리의 통제를 넘어서신다. 우리는 말씀의 씨앗을 충실히 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씨앗이 언제, 어떻게 자라서 열매를 맺을지는 하나님께 맡겨두는 신뢰가 필요하다. 묵상 생활도 마찬가지다. 오늘 내가 묵상한 한 절의 말씀이 보이지 않게 내 영혼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하나님의 때에 아름다운 열매로 나타날 것을 믿어야 한다.
사순절 묵상으로 채우는 하루
사순절 묵상은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더 풍성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첫째는 규칙적인 시간이다. 아침 기상 직후나 밤 취침 전 등 하루 중 고정된 시간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는 기록하는 습관이다. 묵상 중 떠오른 생각, 기도 제목, 결심 등을 간단히라도 적어보면 말씀이 더 선명하게 기억되고 삶에 적용되기 쉽다. 셋째는 나눔이다. 가족이나 친구, 소그룹과 묵상한 내용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격려하고 믿음의 시야를 넓혀준다.
2026년 사순절, 이 특별한 40일 동안 묵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그 영광을 바라보고, 그의 십자가 사랑 안에 더 깊이 머물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마음속 ‘광야’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익숙한 ‘하란’을 떠나 믿음의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말씀의 씨앗을 좋은 땅에 심고 가꾸는 인내의 과정을 통해, 우리 각자의 삶 속에 하나님 나라가 싹트고 자라나 빛나는 등불이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