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살인과 외모 미화의 위험성

최근 충격적인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그 뒤를 따라 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해자의 외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논란과 미화 현상입니다.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또다시 반복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사건의 잔혹성보다 20대 여성 가해자의 외모를 언급하며 ‘키 170 미인’, ‘저 정도면…’ 같은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논의를 넘어 범죄 자체를 왜곡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행태입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범죄를 외모로 소비하게 되는지, 그 심리와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다룰 주요한 지점들을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 근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분핵심 현상심리적 원인
외모 중심 논란사건보다 가해자의 외모(미인, 키)가 소비됨후광 효과 (Halo Effect)
범죄 미화 발언‘예쁘니까 무죄’, ‘이해 간다’ 등의 발언 확산비현실화 효과, 드라마 같은 소비
성별 프레임여성 가해자에 대한 ‘약하다’는 편견 작용성별에 따른 책임 축소 경향

사건을 덮어버리는 외모 논란과 2차 가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사건의 전말과 피해자, 그리고 법적 조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다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온라인 공간은 ‘가해자의 외모’에 대한 수많은 글과 댓글로 채워졌습니다. ‘미인이니까 음료를 마셨을 듯’이라는 식의 발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범죄 행위를 가해자의 매력적인 외모로 포장하고 정당화하려는 위험한 시도로 읽힙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명백한 ‘범죄 미화’이자 ‘2차 가해’라고 지적합니다. 사건의 핵심인 피해자의 고통과 범죄의 잔혹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가해자의 이미지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죠.

온라인상에서 범죄 가해자 외모를 논하는 스마트폰 화면과 손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온라인상의 외모 논란은 새로운 문제를 만듭니다.

법의 관점에서 이는 더욱 명백합니다. 형법상 처벌은 오로지 행위와 고의, 그리고 피해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가해자의 외모나 성별, 신체 조건은 법적 판단과 전혀 무관한 요소입니다. ‘예쁘니까 무죄’라는 발언은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를 조롱하는 수준의 위험한 발상입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사건일수록 대중이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그 소비의 대상이 가해자의 외모로 빠지게 되면, 이는 결국 피해자와 그 유가족을 위한 정의로운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가해자를 미화하는 세 가지 심리

외모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후광 효과

심리학에서 ‘후광 효과(Halo Effect)’는 한 사람의 눈에 띄는 긍정적인 특성(예: 뛰어난 외모)이 그 사람의 다른 전반적인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예쁘다’는 첫인상이 ‘착할 것 같다’,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효과는 범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평범하게 생겼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 기대가 깨졌을 때, 즉 가해자의 외모가 사회적 통념에서 ‘선하다’고 연결되는 이미지일 때,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느끼게 되죠.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저 얼굴로 그럴 리가 없어’ 또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 거야’라는 식으로 범죄를 설명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외모라는 하나의 요소로 복잡한 범죄 행위를 단순화시키는 위험한 오류입니다.

현실을 드라마로 만드는 비현실화 효과

두 번째는 ‘비현실화 효과’입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잔혹한 사건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사건을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마치 TV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면처럼 여기는 것이죠. 이렇게 현실감이 낮아지면, 사건은 하나의 ‘이야기’나 ‘콘텐츠’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콘텐츠의 주인공인 가해자는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분석되고, 그의 외모나 과거 SNS 사진은 영화 배우의 스틸컷처럼 퍼져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재미’나 ‘스펙터클’한 요소가 되어버리고, 그 뒤에 남는 생생한 고통과 비극은 안개 속으로 사라집니다. SNS 시대에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러한 콘텐츠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성별에 따른 편견과 책임 축소

세 번째는 ‘성별 프레임’의 왜곡입니다. 강력범죄의 가해자가 여성일 때, ‘여성은 본래 약하고 순하다’는 진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 작동하면서 범죄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논리가 종종 나타납니다.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가 저럴 수가 있나’, ‘정신병이 있거나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거다’라는 식의 추측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법과 통계는 명확합니다. 강력범죄는 행위 자체로 평가받으며, 성별은 형량을 감면해주는 요소가 절대 아닙니다. 이러한 성별 편견에 기대어 범죄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진정한 원인 규명을 가로막고, ‘여성=약자’라는 편견을 다시금 강화하는 역효과만을 낳습니다.

가해자 미화가 초래하는 네 가지 위험

단순한 논쟁으로 치부하기엔, 가해자 외모 미화와 범죄 소비 문화가 초래하는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첫째,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자의 존재를 지워버립니다. 모든 논의가 가해자에게 쏠리면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은 관심의 밖으로 밀려납니다. 둘째, 범죄 자체의 심각성을 희석시킵니다. ‘예쁘다’는 이유로 범행의 충격과 공포가 덜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발언들은 범죄가 가진 본질적인 악을 호도하게 만듭니다. 셋째, 사회에 왜곡된 메시지를 전파합니다. 잠재적 범죄자에게는 ‘외모가 뛰어나면 이해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고, 일반인에게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도 된다’는 위험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온라인상의 2차 가해로 이어집니다. 피해자 유족은 가해자의 외모를 칭송하는 글들을 보며 다시 한번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SNS 시대, 우리가 범죄를 바라보는 자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SNS 시대는 정보의 확산 속도를 극적으로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범죄와 같은 중대한 사건을 대할 때는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가해자의 외모, 과거 직업, SNS 사진이 사건 보도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범죄의 연예인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사건은 충격적인 요소들로 쪼개져 핫한 키워드가 되고, 가해자는 일종의 ‘셀럽’처럼 취급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점은, 범죄는 결코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범죄는 실제 피를 흘린 사람, 평생을 아파할 가족들이 존재하는,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비극입니다. 우리의 호기심과 논의가 그 비극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클릭과 댓글, 공유가 무엇을 강화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평소에는 쉽게 말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그 반대 행동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진정한 공감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사건의 중심에 피해자를 두고, 범죄 행위 자체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다음번에 비슷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될 때, ‘가해자는 어떻게 생겼지?’보다 ‘피해자와 우리 사회는 이로부터 어떻게 치유되고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이 비로소 우리가 그 비극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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