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위기 홍정도 사과

JTBC 회생절차 신청, 중앙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

2026년 6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JTBC를 비롯해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것. 미디어 업계는 물론 일반 시청자들까지 큰 충격에 빠졌다. 한때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던 중앙그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을까?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이번 사태는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JTBC의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했고,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번졌다. 홍 부회장은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모든 방안을 모색했지만 자본시장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는 청산이 아니라 법원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정상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회생신청 계열사 5곳, 왜 한꺼번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계열사는 중앙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을 거의 망라한다. 지주사인 중앙홀딩스, 방송사 JTBC, 콘텐츠 제작·유통을 담당하는 콘텐트리중앙, 영화관 메가박스중앙, 그리고 광고·마케팅 계열사 중앙피앤아이까지. 이들 계열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콘텐트리중앙은 JTBC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역할을 해왔고, 메가박스중앙은 콘텐트리중앙이 지분을 보유한 주요 자회사다.

계열사주요 사업회생신청 내용
중앙홀딩스지주회사회생절차 개시
JTBC종합편성채널회생절차 개시
콘텐트리중앙콘텐츠 제작·유통회생절차 + 보전처분
메가박스중앙영화관 운영회생절차 + 보전처분
중앙피앤아이광고·마케팅회생절차 개시

보전처분은 채무자가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는 조치이고,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일시 중단시키는 장치다. 이는 회생계획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검토한 후 개시 결정을 내리면,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 자격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채무 조정과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게 된다.

홍정도 부회장의 사과와 향후 계획

홍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임직원과 주주, 채권자, 그리고 중앙그룹을 아껴주신 모든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는 “회생절차는 회사를 정리하거나 문을 닫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원의 보호 아래 채무 부담을 조정하고 일시적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고뇌 어린 결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임직원 고용 안정과 상장사의 거래 정상화를 약속하며 “위기 속에서도 콘텐츠 경쟁력을 잃지 않고 법원 및 관계 기관과 협력해 조속히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JTBC의 방송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 등 본연의 업무는 중단 없이 정상 운영된다”고 일축했다. 뉴스 제작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도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중앙그룹은 앞서 서울 마포구 사옥과 경기 고양시 일산 스튜디오 등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 55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거래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단기 채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계약(약 1900억 원)과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가 극대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홍정도 부회장의 프로필과 경영 스타일

홍정도 부회장은 1977년 11월 11일생으로 올해 만 48세다. 창업주 홍진기 선생의 손자이자 전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의 장남으로, 중앙그룹 오너 3세 경영인이다. 압구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학과를 중퇴한 후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5년 중앙일보 전략기획실에 입사해 언론 경영을 시작했으며, 2011년 상무, 2014년 JTBC 대표이사 부사장, 2018년 중앙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중앙일보 발행인을 역임했다. 2021년 중앙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부터는 중앙일보·JTBC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를 겸하며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

그는 전통적인 언론인보다는 ‘미디어 기업 경영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직접 취재 현장보다는 사업 전략, 디지털 혁신, 신사업 발굴에 집중했고, JTBC의 유료 구독 모델 확대와 인공지능(AI)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핵심 경영 자리에 오르며 후계 수업을 받아온 인물이다. 한편 부친 홍석현 회장의 누나가 홍라희 여사(고 이건희 회장 배우자)이므로 삼성가와 인척 관계이기도 하다.

시장 반응과 전망

JTBC 디폴트 직후 신용평가사들은 중앙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한때 국내 콘텐츠 산업을 선도했던 그룹이 법원 회생절차에 생존을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광고 시장 침체와 OTT 확산으로 방송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콘텐츠 투자와 대형 스포츠 중계권 계약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홍 부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회생절차가 반드시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인정하면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남아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여러 기업이 회생절차를 통해 재기한 사례가 있다. 중앙그룹이 보유한 콘텐츠 경쟁력(드라마·예능·보도)과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높은 편이므로, 적절한 채무 조정과 사업 구조 개편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채권단과의 협의, 그리고 임직원 사기와 콘텐츠 제작의 연속성 유지다. 홍 부회장이 “이번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며 “더욱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회생절차를 넘어: 중앙그룹의 재도약 가능성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중앙그룹 역사상 가장 어두운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홍정도 부회장이 “청산이 아닌 정상화를 위한 절차”라고 밝힌 것처럼, 법원의 보호 아래 불필요한 채무를 정리하고 본질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JTBC가 2016년 국정농단 보도로 얻은 신뢰도와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등 흥행 드라마의 IP(지식재산권)는 여전히 가치 있는 자산이다. 앞으로 법원과의 협력 아래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과 재무 건전성 회복이 이뤄진다면, 중앙그룹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업계와 시청자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