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 부채 하나에 담긴 76장의 대나무

합죽선 부채의 독특한 제작 과정과 가치

합죽선 부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통 접부채로, 대나무 겉껍질만을 사용해 만듭니다. 일반 부채와 달리 대나무 속살이 아닌 겉껍질을 얇게 켜서 두 장을 맞붙여 하나의 속살을 만들기 때문에 재료 낭비가 큽니다. 40살짜리 합죽선 한 자루를 만들려면 대껍질이 적어도 76장 필요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공정과 희소성 때문에 합죽선 부채는 예술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구분내용
재료대나무 겉껍질 76장 이상, 민어부레+아교 풀, 선자지, 나무·뼈·뿔 덧댐
제작 공정2부6방(골선부-합죽방·정련방, 수장부-낙죽방·광방·도배방·사북방)
특징자연풍처럼 산들거리는 바람, 낭창한 탄력, 고급 장식기법(낙죽, 옻칠 등)
현황국가무형유산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장인 외 몇 분만 명맥 유지, 고령화로 단절 위기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김동식 장인의 시연 현장

지난 주말,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김동식 장인의 합죽선 부채 시연을 다녀왔습니다. 박물관 입구부터 쌓여 있는 대나무와 수십 년은 족히 사용한 듯한 연장들에서 장인의 세월이 느껴졌습니다. 김동식 장인은 직접 대나무를 삶고 말린 백죽을 칼로 쪼개고, 겉대만 남도록 살을 떠내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대나무 살을 얇게 뜨는 작업은 오로지 대칼 하나로 이루어지는데, 칼 쓰는 솜씨가 신의 경지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김동식 장인이 합죽선 부채 제작 시연 중 대나무 살을 깎는 모습

시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채살을 서로 맞붙일 때 사용하는 접착제입니다. 민어의 부레와 소의 아교를 섞은 풀은 전통 공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료로, 요즘처럼 화학 접착제가 흔하지 않던 시절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채살에 구멍을 뚫을 때 예전에는 활 모양 도구를 사용해 돌려 뚫었다는 옛 방식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나무 송곳도 직접 칼로 깎아 만든 것이라 더욱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부채 만들기 체험

시연 후에는 부채 만들기 체험도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진짜 합죽선 부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미리 준비된 한지를 접어 부채살에 붙이는 간단한 체험이었습니다. 한지를 접는 것조차 쉽지 않아서, 미리 잘 접어진 한지를 따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부채살에 찹쌀풀을 바르고 한지를 정성스럽게 붙였습니다. 완성된 부채를 펼쳐 보니 비록 간단한 체험이었지만 전통 공예의 손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합죽선 부채가 가진 진짜 가치

합죽선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닙니다. 대나무라는 비교적 저렴한 재료를 수없이 많은 제작 공정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입니다. 특히 대나무 겉껍질만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 낭비가 심하고, 가공도 까다로워 장인의 숙련도가 절대적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접부채는 대나무 속살로 만들어 공정이 단순하지만, 우리나라 합죽선은 겉껍질 두 장을 맞붙여 속살을 만들고, 고리 쪽으로 갈수록 얇게 깎아 접었을 때 잘록한 형태를 만듭니다. 이 모든 과정이 오직 수공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합죽선 부채의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신품이 최저 6만원 정도에 판매되지만, 이는 인건비를 무시하다시피 한 가격입니다. 현재 합죽선 제작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고, 남은 분들은 무형유산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가무형유산 김동식 선자장은 모든 공정을 혼자 도맡고 계신데, 원래는 2부6방으로 나뉘어 8명이 분업하던 시스템이 사라진 탓입니다. 앞으로 합죽선 부채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합죽선 부채를 고를 때 생각할 점

만약 합죽선 부채를 하나 장만하고 싶다면, 가능하면 비싼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값싼 제품은 제대로 된 제작 공정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내구성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나무 속살을 기계로 뽑아 만든 부채는 합죽선 본연의 탄력과 자연스러운 바람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김동식 장인의 말씀처럼 기계로 만든 속살은 내구성 문제도 있고 다양한 제작 요구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합죽선 부채는 예술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장인의 손길이 담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합죽선 부채와 일반 접부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합죽선 부채는 대나무의 겉껍질만을 얇게 켜서 두 장을 맞붙여 속살을 만듭니다. 반면 일반 접부채는 대나무 속살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합죽선은 겉껍질 특유의 탄력 덕분에 바람이 자연풍처럼 산들거리며, 접었을 때 고리 쪽이 잘록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또한 낙죽, 옻칠, 뼈나 뿔 덧댐 등 고급 장식 기법이 적용되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납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런 제법이 없으며, 우리나라에만 전해지는 독특한 공예품입니다.

합죽선 부채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합죽선 부채는 제작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대나무 겉껍질을 얇게 켜고 두 장을 맞붙이는 작업, 고리 쪽으로 갈수록 얇게 깎는 작업, 나무나 뼈를 덧대는 작업, 한지(선자지)를 붙이는 작업 등 모든 과정이 수공으로 이루어집니다. 원래는 8명이 분업했지만 지금은 한 명의 장인이 모든 공정을 혼자 해야 합니다. 게다가 고령의 장인들이 점점 일을 그만두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가격은 더 오를 전망입니다. 현재 최저 6만원 정도에 팔리지만, 이는 인건비를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입니다.

합죽선 부채를 오래 사용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합죽선 부채는 세게 부치면 속살이 망가지기 쉬우므로 자연스럽게 흔들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기에 약하므로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하고, 보관할 때는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곰팡이를 예방해야 합니다. 종이(선자지) 부분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부채살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게 다루어야 합니다. 만약 낙죽 기법으로 그림이 그려진 경우, 인두로 지져서 그린 것이므로 문지르거나 긁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정기적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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